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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형식으로 그것도 단 한 번의 라이브였지만 그 전모를 보여준 익스트림.
에너지 넘치는 헤비하고 훵키한 퍼포먼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90년대를 맞이하기에 적합한 밴드의 출현이라 할만하다. 특히 누노의 플레이에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다. 인터뷰는 라이브 이후 중 하루 시간을 내어 이루어졌다. 
무대위에서 모두를 매료시켰던 파워풀한 플레이와는 반대로 대단히 침착하고 지적인 느낌을 주는 누노였다.
Young Guitar(이하 YG): 이번은 1회 한정 라이브였습니다만...
Nuno Bettencourt(이하 NB): 좀 더 연주하고 싶어. 예정에 없다 하더라도(웃음).
YG: 그만큼 더 힘이 들어 갔지 않나요?
NB: 사실은 몸이 좀 안 좋아서 최근 2개월 정도 공연을 쉬었었어. 그래서 나로서는 컨디션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어. 그 전에는 미국 내를 50군데나 돌았는데 말이지... 뭐 그 공백을 생각한다면 공연 자체의 결과에는 만족하고 있어.
YG: 먼저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CD를 들어보면 충분히 알 수 있긴 하지만 그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훵키함이었어요!
NB: 확실히 익스트림 사운드의 본질은 헤비를 겸비한 훵키함이니까. 첫 앨범에서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그런 다양한 형태가 됐긴 하지만...두 번째 앨범에서는 보다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 다만 동시에 그건 우리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YG: 정말 공연장 전체가 리듬을 타는 듯 했어요!
NB: 관객도 멋졌어. 미국에서 투어할 때 Queensryche 애들한테 일본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서 듣긴 했지만 최고로 좋았어.
YG: 관객이 다같이 노래하는 장면도 있었죠.
NB: 그건 정말 인상적이었어. 어쨌든 일본 팬은 곡 자체를 확실히 제대로 들어 주는 것 같아. 팬레터를 자주 받곤하는데 "이 곡의 이 부분이 좋아요"라는 내용이 써있는 경우가 많아. 가령, 여자들한테는 흥미없을 것 같은 내용인데도 한 곡 한 곡을 진지하게 들어 주는데다가 라이브에서도 엄청 즐겨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YG: 각각의 곡 리프가 인상적이어서 인트로가 시작되는 순간 관객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라이브밴드 익스트림이라서 가능한 것일 텐데요, 역시 리프의 중요성은 평소에도 의식하고 있나요?
NB: 80년대에 들어서 테크닉적으로는 엄청난 기타리스트가 몇 명이나 등장했잖아? 그 때의 많은 사람들은 70년대의 지미 페이지나 에디(반핼런)가 좋은 리프를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 따위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초기에는 누가 더 빨리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게 메인 테마로 자리잡게 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의미를 이룰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은 정말 리프가 갖는 의미가 증폭될 수 밖에. 
70년대의 장점이란, 개성과 리프, 결국은 곡 자체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해. 리프가 좋으니까 곡이 긴 생명력을 가지는거야. 단지 3초의 곡이라도 30초의 솔로 이외에 기타의 중요한 역할이 있는거지.
YG: 80년대는 테크닉의 시대였다?!
NB: 그렇게 생각해. 곡을 만든다는 것에 있어서는 뭔가 미흡하다고 느껴. 가령 요즘 메탈 음악의 대부분은 몇 년 안가서 사장될 것이라고 생각해. 결코 우리들이 그 안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또 노력도 하고있어.
YG: 리프(곡) 만드는 방식에도 해당되겠지만, 익스트림의 타이트한 리듬은 어디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NB: 내가 처음 손에 잡았던 악기는 드럼이야. 처음에 드럼, 그 다음에 베이스, 키보드, 마지막에 잡은게 기타(웃음). 그런 변천이 리프 창작이나 연주에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지. 기타리스트는 드럼이나 퍼커션을 잘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타키즈에게 하는 충고 같은 것은 아니지만(웃음).
YG: 아니에요, 자칫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 backing의 중요성도 이참에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NB: 젊은 연주자들이 갖기 쉬운 라이벌 의식... 즉 다른 사람보다 빨리 연주하려는 건데, 그건 좋아. 단지 곡을 만드는 backing에 대해 생각하는 단계까지 왔을 때 그 의식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한다면 난처한 일이야. 나쁜 패턴에 빠지다 보면 곡 자체에 대해 잊어버려. 엄청난 테크닉이라는 소릴 듣는게 음악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아니고.. 어쨌든 아까도 얘기했지만, 기타의 역할이라는건 테크닉을 보여 주는 것도 아니고 30초의 솔로만도 아니야. 좀 비판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80년대 후반은 걷지 않고 달리려고 하는... 그런 키즈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 싶어. 그건 드럼도 마찬가지일꺼야. 솔로는 멋지지만 안정적인 리듬은 칠 수 없어.
YG: 에디는 초창기에 backing에서 솔로까지 모두 한 대의 기타로 연주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야말로 기타리스트 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NB: 트랙 하나로 녹음한 것 말하는 거지? 그거야 말로 하나의 '궁극'이야. 엄청 멋지다고 생각해. 가령, 튜닝이나 음정의 피치에 관해 말하자면 완벽하지는 않아.. 하지만 반대로 그게 더 인간미가 있고 반 핼런의 세계야. "완벽"을 만드는 것만이 음악은 아니다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지. 나는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진 못했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는 무리지만, 라이브에서는 실패해도 웃으며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웃음).
YG: 그리고 훵키한 리듬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 놀랐던게 하모니! "Rock A Bye Bye" 같은 곡은 비틀즈를 방불케하는 느낌이었는데요, 그들의 영향은 당연한 건가요?
NB: 맞아! 비틀즈의 영향은 확실해.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게 불가능하지 않아? 곡 중간에 오케스트라 편곡을 넣어 번화시킨건 비틀즈이고 말야. 그들의 영향을 받은 음악가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것이고 그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먼저 자신들만의 빛나는 것이 더해질 수 있다면 말야. 그렇지만 그 곡은 처음에 예상한 것 이상으로 너무 비틀즈 풍으로 되었긴해(웃음).
YG: 바이올린과 코러스가 멋진 오케스트레이션을 이루고 있어서 록 라이브의 벽을 뛰어 넘었어요! (웃음)
NB: 사실은 그 바이올린 말이야, 데모테잎에는 평범한 synth 음으로 되어 있었는데 예상대로 멤버들의 평가가 좋지 않았어. synth이기 때문이라서 라기 보다도 어레인지를 포함한 전체가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 카쉘(샘플링 키보드)을 빌려와서 혼자서 녹음한 거야. 그랬더니 그걸 들은 모두가 마음에 들어했다는 뒷이야기가 있지. "편곡 바꿨네?"라는 식으로. 사실은 데모랑 똑같은 걸 연주했을 뿐인데 말이지(웃음).
YG: 이전에 앙케이트에 퀸을 좋아한다고 써 주셨는데요, 하모니면에서는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부분도 많지 않나요?
NB: 응. 그들은 위대해. 단지 퀸이라는 밴드는 록 역사상 가장 과소평가된 밴드라고 생각해. 특히 미국에서는 더욱 더욱 더 평가 받아야만 해.
*Pic: Hiroyuki Yoshihama/1989

YG: 익스트림은 보스톤에서 탄생했는데요, 최근 몇 년간 HT/HM의 중심이 되고 있는 L.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NB: L.A. 지역 뿐만 아니라, 예를들어 건즈 앤 로지스가 뜨면 틀림없이 그 흉내를 내는 밴드가 출몰하는게 근 몇 년간의 현상이야. L.A.라는 곳에는 레코드 회사가 있어서 밴드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 강해. 물론 기회도 많긴 하지만, 1년 정도 해서 계약이 되지 않으면 해산해 버려. 그래서는 좀처럼 밴드가 성장하지 못해. 우리들은 4년간 보스톤에서 활동한 후 계약이 되었지만, L.A.에서는 미숙한채로 데뷔하는 밴드가 너무 많아.
YG: 세대 교체가 너무 빠르다?
NB: 스스로가 정말 무엇을 연주하려는지 깨닫지 못한 채 데뷔 해 버리기 때문에 성장할 틈이 없는거야. 사실, 우리들은 4년 사이에 곡 작업에서부터 연주까지 바뀌었어.
YG: 자신의 음악을 확립하고 나서 보스톤에 머물러서 좋았나요?
NB: 응. 익스트림 전에 밴드 활동 할 때도 결코 누군가의 흉내를 내지 않았던건 아니야. 여러 기타리스트에 홀려 있던 적도 있었어. 그렇지만 록만 듣는게 아니라 다른 음악도 모두 받아들인다면 반드시 그런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시기가 찾아와. 하루종일 에디를 듣는다거나 하지 않고 뭐든 흥미가 끌리는건 다 들었는데 그것들이 나중에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어.
YG: 그럼, L.A.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 같은건 없었던 건가요?
NB: 전혀(웃음). 주위에서 자주 들었던 말도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기회는 없어!"라는 거였어. 그치만 L.A.나 N.Y.으로 진출한 친구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계약이 될지 안 될지에 대해 엄청 의식해봤자 어떻게든 될 일은 아니잖아? 우리들은 우리들 나름의 방법을 밀고나갔어. 결과적으로는 그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어.
YG: 아까 7,80년대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L.A.이외에서도 밴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지금, 사운드적으로도 획일화된 소위 L.A.메탈, 그 울타리로부터 뛰쳐나오는 밴드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NB: 응. 70년대가 얼마나 창조적이고 멋있었는지 모두가 느끼기 시작했다는 거야. 가령 보컬로 치자면, 얼마나 높은 소리를 내는지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스타가 되는 녀석은 없어. 그래도 David Lee Roth는 이야기하는 듯한 창법으로 그 정도 인정 받았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단, 70년대의 상징인 레드 제플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그 흉내만으로 끝나버린다면 최악이지만... 

YG: 이제 막 90년대가 시작되려 하고 있는데요, 그런 시기에 블루스 록으로 대표되는 70년대가 재확인 된다.. 역시 "10년 사이클"은 있다고 생각하나요?
NB: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지. 지미 페이지, 지미 헨드릭스 같은 인물들이 하나의 시대를 만들었어. 그로부터 10년후에 에디가... 그리고 지금 또 변해가는 시기가 왔어. 이번에는 어떤 것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정한 주기는 있어. 익스트림으로서는 소위 80년대적인 메탈 밴드와 선을 그을 생각이고. 그래서 세기말이 되었을 때 음악이 재평가 받으면 좋겠어(웃음).
YG: 90년대는 어떤 기타 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바꿔말하면, 기타리스트에게 있어서 어떤 시대가 될까요?
NB: 힘들겠지, 시대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인간은..(웃음). 가령 잉베이가 한 일을 뛰어넘는 일은 불가능할테고...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에디는 역시 대단하다는걸 실감할 수 밖에 없어. 그는 딱히 음악 그 자체를 100% 변화시키진 않았지만 그 때까지 있었던 것에 양념을 더 한 것에 지나지 않아. 뭐, 흉내내기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건 어려운 것이지만... 그 의미로 말하자면 블루스 타입에서 진화해 온 기타 본래의 스타일에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나갈 것인가?라는 시대..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YG: 감정적인 면이 더욱 요구 된다는 뜻인가요?
NB: 응. 감정적이라고 하면 흔히 천천히 연주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건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주야. 바꿔말하면, 감정적이라는 "스타일"은 없다는 것이지. 예를들어 Thrash metal에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감정'이고, 그 기타리스트의 블루스라고 생각해.
YG: 결코 입발린 소리가 아니고, YG로서는 누노의 연주가 90년대로 나아가는 하나의 기준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NB:...고마워(웃음), 영광이야. 단지 내 나름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 뿐이지만... 그대로, 있는 그대로라는 느낌이야. 방법론만 신경쓰고 있다면 자신은 표현할 수 없겠지?! 사람들 마음에 들까 안 들까... 그걸 걱정한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마음에 들지 못했다면 거기까지... 그런 기분으로 있을 뿐(웃음).
YG: 그런데, 마지막에 어떻게든 꼭 듣고 싶었던 건데요... 무대에서 탭핑을 연주할 때 꼭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하더라구요, 그건 왜죠?
NB: 그걸 보여주는게 죽을 만큼 괴로웠어!(박장대소) 너무 에디같이 보여지는게 싫어서 조건반사적으로 숨겨버리는 거야. 큰일이야...



번역: 세우잡이(formo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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